신용회복경험담
논밭에 남겨진 건 짐작보다 더 큰 외로움과 빚이었습니다
- 최고관리자 23일 전 2025.05.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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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부: 가족을 위해 흙 묻히며 살아온 날들 (약 15%)
저는 전남의 한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50세 여성입니다. 결혼 후 줄곧 밭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며, 두 자녀를 키워냈습니다. 아이들은 지금은 도시에서 각자 자립해서 살고 있고, 저는 남편과 함께 작은 밭을 꾸리며 조용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죠.
아침에 해 뜨기 전에 일어나 논을 둘러보고, 여름에는 비닐하우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가을이면 수확물을 포장해 직거래로 보내는 일상.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정직한 삶이었고, 그게 제 몫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그 일상이 조용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2. 전개: 무너진 관계, 남겨진 건 빚뿐이었습니다 (약 25%)
남편과의 사이가 점점 소원해졌고, 결국 결혼 26년 만에 협의 이혼을 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재산 분할과 위자료 문제가 불거졌고, 제가 농사를 이어가야 했기 때문에 농지 일부를 넘겨받는 대신 현금 5천만 원과 카드 채무 2,800만 원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농지 담보로 은행 2곳에서 대출을 받았고, 생계비와 자녀 지원까지 병행하다 보니 3년 반 만에 채무는 총 7,800만 원으로 불어났습니다.
혼자서 농사짓는 것도 벅찬데, 이자 낼 돈이 없어 카드론까지 돌려막는 생활이 계속됐습니다. 비 오는 날 장화 신은 채로 비닐하우스 안에서 하염없이 서 있었던 날, 이 모든 상황이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3. 위기: 그래도 삶은 계속되기에… (약 20%)
가장 힘들었던 건 이웃들이 아무것도 몰랐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겉으론 아무 일 없다는 듯 인사를 했지만, 속으론 매일 "이번 달 카드 값은 어떻게 내지?"를 고민하며 살았죠.
결정적 계기는 농협의 대출 연장이 거절됐을 때였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빌릴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다는 생각에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그때 지인 한 명이 조심스럽게 “요즘은 개인회생이라는 제도도 있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처음엔 ‘나는 그런 거 못 한다’는 자존심이 앞섰지만,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두 달 가까이 고민 끝에, 시내 법원 근처 상담소를 찾아갔고, 상담사 분이 제 상황을 하나하나 듣고 정리해주시는데… 오랜만에 누군가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 같아 눈물이 났습니다. 부끄러웠지만, 그때부터 제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4. 해결: 빚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삶을 되찾았습니다 (약 25%)
개인회생 절차는 간단하지만 준비는 꽤 복잡했습니다. 농업 종사자는 고정 월급이 없다 보니 소득 증빙이 까다로웠습니다. 저는 작년 작황기록, 직거래 매출 내역, 농협 입출금 내역, 토지 임대계약서 등을 제출해 소득을 입증했습니다.
상담부터 법원 인가까지 약 4개월 정도 걸렸고, 인가 후 저는 월 21만 원씩 36개월(3년간) 변제하기로 결정됐습니다.
법원 출석 당시, 판사님이 “귀하는 단순한 소비로 채무를 만든 게 아니고, 소득이 일정치 않더라도 충분히 성실한 상환 의지가 보입니다”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정말 울컥했습니다. 인정받는 느낌이었고, 그 말 한마디에 지난 고생이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개인회생이 인가되면서 연체 압박도 멈췄고, 통장도 다시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전히 농사일은 고되지만, 더 이상 빚에 쫓기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제일 큽니다.
5. 결말: 다시 뿌리내리며, 나 자신을 돌보고 있습니다 (약 15%)
지금은 변제 8개월 차입니다. 매달 빠짐없이 상환 중이고, 가끔 작은 직거래 장터에 나가 고구마며 채소를 파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이 이야기를 아직 털어놓지 않았지만, 언젠가 말할 수 있을 날이 오겠죠. 지금 제 목표는 혼자서도 작은 소득을 꾸준히 만들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 그리고 다시 빚지지 않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 저처럼 농촌에서 조용히 빚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계신 분이 있다면 꼭 전하고 싶습니다.
개인회생은 포기나 도피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제도입니다.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우리 모두는 다시 시작할 자격이 있습니다.